[드라마] 마스크걸_넷플릭스 (약스포)

2023. 9. 1. 09:59Cultural Advance

ABSTRACT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받은 피해를 돌려주는 걸 복수라고 부른다. 복수는 정당한가? 이 물음에 우리는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밖에 없다. 복수는 정당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보다는, 무엇이 복수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서만큼은 복수가 정당하고, 타인의 복수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지도 모를 일이다. 복수는 일반적으로는 정당하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타인의 복수에는 쉽게 당위성을 거론하기 마련이다.

MOTIVE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는 단연 마스크걸이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에서 1등을 하고 있는 드라마로, 총 7부작이다. 집중해서 보면 이틀이면 다 볼 수 있을 만큼 전개속도가 빠르고, 몰입감이 뛰어나다. 주인공 염혜란 님의 연기가 특별히 돋보인다. 염혜란 님을 처음으로 인식했던 작품은 영화 '아이캔스피크'였다. 영화에서, 염혜란 배우님이 나문희 배우님에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며 우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염혜란 배우님은 정말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명확하게 들었다. 이번 마스크걸도 염혜란 배우님이 나온다는 소식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고, 다 보고 난 후에도 리뷰를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MPRESSION

 가장 처음으로 마스크걸을 보면 떠오르는 것이 외모지상주의다. 외모는 객체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인가? 또, 대한민국의 사회는 여타의 사회들보다 왜 더 외모에 집착하는 것일까? 주인공 김모미는 연예인을 꿈꾸지만 외모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더욱이, 외모가 콤플렉스로 자리 잡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모미도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모습은 똑같다. 자기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만큼 자신 역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모미 역시 잘생겼다는 이유로 팀장님을 좋아한다. 그러나 팀장님은 어리고 예쁜 다른 직원을 좋아한다. 비극의 시작이다. 자신이 외모로 평가받는 것을 질색하면서도, 왜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좋아하는가? 


 마스크걸에서는 복수가 중요한 테마로 작용한다. 나를 성폭행하려 했던 사람에게, 나의 자식의 원수에게, 내 친구의 원수에게, 내 자식을 위협하는 사람에게 하는 복수가 드라마의 플롯이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복수는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복수는 우리 사회에 어떤 동적 성장성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나를 비난한 저 사람보다 잘 돼야지.' 하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혹은 법으로 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한 정의를 완성시킴으로 일시적 만족감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수독과를 기억해야 한다. 복수심에서 시작된 만족감은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복수는 대개 폭력과 피해의 순환을 영속시킨다. 나아가서 긍정적인 결과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확률이 높다. 복수가 복수를 부른다는 의미다.

 

 마스크걸에서는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가 아들을 대신해 복수를 꿈꾼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수의 대상은 김모미의 딸 김미모다. 너도 똑같이 당해봐야 안다는 심리다. 연좌제는 폐지되었는데 과연 우리는 마음속에서도 연좌제를 폐지한 것일까? 얼핏 김경자의 마음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기에 생각이 더욱 많아진다. 구약성경을 이어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를 성문화했다. 얼핏 보기에는 평등해 보이는 이 법에는 사실 단서가 달려있다. 같은 계층일 때만 가능한 복수다. 상위계급은 하위계급에게 돈 몇 푼 쥐어주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다. 법전에 적힌 법으로만 보면 평등의 기치를 외치는 저 글귀가, 실상은 계급사회의 근간을 지지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연좌제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 폐지된 것을 알지만 우리는 마음속에 연좌제를 품고 있지는 않은가? 현재 우리의 법 체계는 과거의 함무라비 법전과 비교해 봤을 때, 보다 완성되었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

 

*독수독과이론

독수에서는 독과가 열린다는 뜻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하여 발견된 제2차 증거(독과)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진짜 구원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마스크걸의 등장인물 모두가 기독교와 관련돼 있다. 복수의 화신인 김경자는 오랜 기독교인, 주인공 김모미는 교도소에서 구원을 받은 척한다. 김모미에게 구원을 종용하는 사람은 표리부동 그 자체인 교도소장. 마스크걸을 보다 보면, 이중에 정말 구원받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종교적 의미의 구원뿐만 아니라 복수로부터의 탈출을 이뤄낸 구원 역시.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잖아"

 유명한 더글로리의 대사가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너무 페어플레이라는 동은이의 대사다. 복수는 이런 스노볼 효과를 명백히 보여준다. 내가 받은 것보다 더 되갚아 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아마도 복수가 복수를 낳는 악순환의 시작인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복수심을 버릴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에 더 강한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마음은 선한 마음보다 악한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독수에서는 독과가 열린다는 점이다.

 

*번외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모미가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모습이 있다. 누가 봐도 김모미의 모습이 수상하다. 그렇기에 대다수 차들이 그냥 지나간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영화 인베이젼이 떠올랐다. 인베이젼에서도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 다급하게 태워달라고 했을 때 차문을 잠가버린다. 이후에 똑같은 일을 자기가 당했을 때, 자신 역시 남을 태워주지 않았던 일이 떠오른다. 우리는 ORDINARY에 큰 중점을 둔다. 일상적이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반감과 경계심을 가진다. 그러나 인생은 늘 평범하게만 지나가지 않는다. 조금 더 남에게 관용적인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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