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타인_이재규감독

2023. 9. 4. 14:03Cultural Advance

 
완벽한 타인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오랜만의 커플 모임에서 한 명이 게임을 제안한다. 바로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통화 내용부터 문자와 이메일까지 모두 공유하자고 한 것.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의 비밀이 핸드폰을 통해 들통나면서 처음 게임을 제안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가는데…. 상상한 모든 예측이 빗나간다!

 

평점
7.5 (2018.10.31 개봉)
감독
이재규
출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지우, 이순재, 이도경, 라미란, 조정석, 조달환, 김민교, 최유화, 정석용, 진선규, 장대웅, 황재원, 정지훈, 정찬빈, 최선자, 정민규, 윤석호, 신주아, 정상환, 윤이남, 이기남

ABSTRACT

 영화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고 한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비밀의 하나. 나 역시 그렇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치는 모습을 관리한다. 젠틀하고 이타적이고 활발한 모습/ 친한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개인적인 열등감, 오르락내리락하는 자존감/ 아무도 모르는 머릿속의 의식들. 처음 영화관에서 본 이후로 거의 다섯 번 정도를 보았는데 볼 때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게 하는 영화다.

 

MOTIVE

 2018년 매달 영화 한 편, 영화관에서 보기'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 봤던 영화다. 당시 10월에 영화를 못 봤기 때문에, 빨리 아무 영화나 보자는 마음으로 아르바이트 가기 전에 급히 예매해서 봤다. 기대는 전혀 안 했고 심지어 5분가량 늦게 영화관에 입장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봐도 생각할 부분이 계속 생기는 좋은 영화다.

 

IMPRESSION

진실, 그것은 아름답고 동시에 끔찍한 것이란다.
- 해리포터 시리즈 中 알버스 덤블도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가장 먼저 덤블도어의 진실에 관한 말이 생각났다. 영화의 결말이 시사하는 점과 맞닿아 있다. 영화의 끝에서 주인공들은 결국 진실을 모른 채 자신의 삶을 찾아가게 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아는 것이 본질적인 행복을 주는가?". 때때로 사람들은 진실을 모를 때 행복을 느낀다. 진실을 아는 것은 어쩌면 도전이다. 누군가에게는 진실이 폭력이 될 수 있다. 밝히고 싶지 않은 진실을 강제로 폭로하게 하거나,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강제로 알게 하거나. 진실이 폭력이 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덤블도어는 진실을 아름다우면서 끔찍하다고 평가한 것 같다.


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을 했지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있지...
'잠수' - 유시명

 

 유시명 시인의 '잠수'라는 시는 영화 속 유해진 배우와 염정아 배우의 관계를 나타내는 정점이다. 염정아 배우가 이 시를 읽을 때, 나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엇일까? 나는 개인과 개인 간의 동등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연인 관계에서도 친구관계에서도 동등한 사랑과 우정을 주고받는 관계가 존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말 동등하게 감정을 교환하는 관계는 건강한 관계다.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관계다.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경제학적 'Equilibrium'과 화학적 '동적 평형'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언제나 균형 상태(Equilibrium)를 지향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끝없는 동적평형 상태이다. 단지 우리 눈에 균형점에 도달했다고 보일뿐. 유해진 배우와 염정아 배우도 사랑의' 균형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아닐까? 그 목표를 달성해 가는 동적 평형의 상태의 일부에서 균형이 깨져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quilibrium is a balance between several different influences or aspects of a situation.

*동적 평형 : 화학 반응계에서 내부는 미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외관상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의 평형상태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나타냈다는 점이다. 윤경호 배우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윤경호 배우는 40년 지기 친구들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을 가지고 있으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말이 생각난다. 문화적 태도와 보편적 인권이 대립할 때에는, 보편적 인권이 반드시 우선 되어야 한다는. 내 생각도 그렇다. 나의 문화적 지향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강제하려 한다면, 내가 나의 문화적 지향을 포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유해진 배우가 동성애자 누명을 쓰면서, 동성애자를 이해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상대방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상대방과 동일한 환경에 직접 뛰어들어 경험해 보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윤경호 배우를 지켜주려는 유해진 배우의 우정이 감명 깊었다. 그런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진실을 감추려 했던 우정이 부러웠다.

개인의 변화가 사회적 변화에 도달하기까지...

 보고 난 후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진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였다. 우리는 흔히 진실은 선, 옳음, 정직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을 떠올리고 거짓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진실이 언제나 아름답고 옳을까?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평상시에도 늘 관심이 있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회적 통념이 변화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개인의 변화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 '개인'들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수용할 때 사회적 변화도 더 빨리 일어날 것이다. 언제나 다양성을 폭넓게 수용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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