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프랑수아즈 사강
- 저자
- 프랑수아즈 사강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08.05.02
ABSTRACT
사랑의 시작은 공통의 관심사를 찾는데서 시작하는 것 아닐까? 소설 속 등장인물 시몽은 폴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공통의 관심사를 찾으려고 한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실제로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라고 대답한다. 사강이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소설의 결말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사랑의 덧없음을 보여줌으로 오히려 사랑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게 만든다.
MOTIVE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책 제목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다들 제목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특별한 이데올로기를 다루거나 거창한 교훈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는 책이었다. 그래서 더욱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몰입 독후감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MPRESSION
제도나 관습, 늘 옳다고 여겼던 상식과 예의범절은 언제나 "옳은" 것일까? 늘 옳다고 여겼던 것들이 무척이나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 '바람바람바람'을 봤을 때가 그랬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읽을 때가 그랬다. 아마 사강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생각이 드러난 소설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 6시에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요즈음 그녀는 책 한 권을 읽는 데 엿새가 걸렸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해당 페이지를 잊곤 했으며, 음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시몽은 이렇게 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사랑의 시작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랑 같은 취향일까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시몽의 모습에서 처음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는 조바심이 느껴졌다. 이와 반대로 폴은 자신을 되돌아본다. 여태 로제라는 남자에게만 집중해서 자신을 잃어버렸던 그 느낌. 그 안락함이 주는 평온함에 로제가 바람을 피우든, 자신에게 소홀하든 한 남자의 사랑만을 갈구했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그들은 그녀가 젊은 남자나 좋아한다며 요란스럽게 입방아를 찧어 대리라. 사람들이 자신에게 입에 발린 말을 하는 동시에 잔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 그런 경우를 수없이 보아오지 않았던가. 로제에게 배신당하자 그녀는 "가엾은 폴."이라고 불리는 한편 "지독히도 독립적인 여자."라는 말도 들었다.
세상 사람들 사는 게 참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은 좀 더 쿨하고 연인관계에 자유롭고, 타인에게 무관심할 거라고 생각했다. '만들어진 전통'과 다를게 하나 없다. 폴은 이렇게 어린 시몽과의 연애에 부담을 느낀다. 아마 대다수 세상 사람들이 쿨한 척, 신경 안 쓰는 척 살지만 실상은 사람들의 이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올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 데..."
폴은 결국 시몽과의 헤어짐을 선택하고 다시 로제를 만난다. 로제는 시몽과의 재결합 후 첫 저녁식사를 취소한다. 결론적으로 폴이 선택한 익숙함, 안락함,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질타 없는 삶은 폴에게 안정감은 주지만 행복감은 주지 못함을 암시한다. 앞으로도 로제의 일방적인 약속 취소, 혼자 있는 텅 빈 아파트, 내 취향보다는 로제의 취향에 맞춰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선택이다. 폴의 선택을 질타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폴의 선택이 싫다. 왜 우리는 남의 이목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까?
한 사람을 평생 동안, 한 사람만 평생 동안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예전에는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전에 고등학생 때는 이프온리, 이터널선샤인과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 한 사람을 죽을 때까지 사랑해 보는 것, 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랑을 해보는 것이 목표였었다. 아직 그런 사랑을 해보지도 못했고 물론 앞으로도 과연 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괜히 영화의 소재가 되는 게 아닌가 싶고 그런...) 동시에 결혼과 사랑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닌가 싶다. 이혼이라는 것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연애 등이 '문화적 배경이 유교인 나라들'에서 유달리 질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혼을 권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한 번의 선택이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 선택인 것으로 여길 만큼 이혼에 민감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그 존재의 목적성을 따라 사는 것이 나쁜 일일까 싶기도 한, 가치관의 혼란이 있는 아침이다. 폴은 성격차이로 이혼할지언정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서 로제를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